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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SNS –트렌드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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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그의 취향을 엿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 Taste choice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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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 직장인 A씨는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부터 확인한다. 친구들이 간밤에 먹은 치킨에 침을 꼴깍 삼키고 10살 짜리가 부른 에 감탄하다가도 어느 글에선 엄지손가락을 튕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며칠 째 A4 분량으로 올라오는 동창 녀석의 실연 에세이, 경품보고 달려든 게 분명한 후배의 이벤트 참여글은 읽기 마뜩찮은 까닭이다. 그걸 올린 사람이 싫은 건 아니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우리 모두에겐 ‘취향’이 있다. 그리고 그 취향은 SNS에 업로드되는 콘텐츠, 즉 소셜 피드를 소비하는 데에도 적용되기 마련이다.

 

소셜 피드 소비에도 취향은 있다.

소셜 피드에서 유독 환영받지 못하는 콘텐츠 중 하나가 팔불출 엄마들의 아기 사진이란 점은 의외다. 한 때 강아지, 예쁜 여자와 함께 TV CF의 3대 주인공으로 불리웠던 것이 ‘아기’였다. 하지만 소셜 피드를 도배하는 게 엄마 눈에만 황금으로 보이는 아기똥 사진이라면? 흑과 백의 조합 외에는 별다른 해석이 어려운 초음파 사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물론 내 아이는 이쁘다. 자랑하고 싶고 축복받고 싶다. 엄마들의 SNS는 그래서 아기들로 뒤덮인다. 하지만 그들의 피드를 소비하는 이들에겐 SNS 피로도를 높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친구 관계 자체를 끊는 것을 원하진 않는다. 계정 탈퇴는 빈대 잡으려 태우는 초가삼간 꼴이다. 그런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Getrather과 같은 서비스다.

  • 내겐 당신의 아기에게 환호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Get rather

크롬 확장 프로그램 중 하나인 Get rather의 초기 이름은 unbaby였다. 이전 이름이 “소셜피드에서 당신이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 아기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출발했다면 이젠 좀 더 범위를 넓혀 당신이 보길 원치 않는 것은 차라리 다른 것으로 보여준다는 의미로 확장된 셈이다.

기능은 간단하다. 당신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피드에서 원치않는 콘텐츠를 보지 않을 수 있다. 주제에 제한은 없다. 아기, 야구, 연애, 여행. 무엇이든 상관없다. 단순히 해당 콘텐츠를 보여주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로 대체되어 나타난다. getrather.com에선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당신이 보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 소셜 피드에 등장하느니 차라리 고양이 사진 같은 걸로 교체해드려요.”
Replace things you hate in your social feeds with things you’d rather see, like c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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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간단하다. 크롬 브라우저에서 getrather 확장 기능을 설치한 후 보길 원치않는 주제의 키워드를 입력한다. (사파리,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나 모바일 버전은 아직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어 대신 보여질 것들을 선택하면 된다. 아기 대신 강아지를 보여줄 것을 주문하거나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사진 대신 여자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자극용 사진이 보이게끔 조정할 수 있다. 물론 매일 같은 이미지만 볼 필요는 없다. 특정 키워드에 기반한 인스타그램 / RSS 피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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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피드 소비의 기준이 사람에서 취향으로 확장되다.

이 사례에서 우린 어떤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을까? 물론 가장 기본적으로는 쏟아지는 소셜 피드를 흡수하는 데에 유저들이 스트레스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기반해 좀 더 깊숙히 들어가면 우리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전까지 우리가 SNS상에서 소비해왔던 ‘소셜 피드’의 기준은 철저히 ‘사람’(혹은 기업/기관)이었다. 페이스북에선 친구 추천을 해서 그의 소식을 받아보았고 트위터에서도 누군가를 팔로잉하여 콘텐츠를 소비했다. 즉 그 ‘사람’을 선택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완 다른 취향에 대한 거부감이 소셜 피로도를 유발했고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했다. 그렇게 기존 ‘사람’의 축에 ‘취향’이 덧입혀졌다.

사람 뿐 아니라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소셜 피드.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Get rather과 같은 taste choice service다.

  

지역, 성별, 시간대, 소셜 피드 필터링의 새로운 기준

소셜 피드 소비에 적용되는 기준은 단순한 주제별 취향만은 아니다. 지역, 성별, 시간대 역시 내가 보길 원하고 원치않는 피드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차가운 도시 남자 B씨는 새벽 즈음 피드에 도배되는 감성적인 콘텐츠가 마뜩찮다. 그는 차라리 그 시간대에 좋아하는 여행지 사진이 올라왔으면 싶다.
골드 미스 C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동네 친구들의 신혼 이야기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동네에 사는 여자 친구들 콘텐츠 대신 이번 시즌 유행하는 구두 콜렉션이 올라왔으면 한다.

B씨는 ‘시간대’를 기준으로, C씨는 ‘성별’이나 ‘지역’을 기준으로 대체 콘텐츠를 설정할 수 있다. 개인의 성향을 반영한 새로운 서비스로의 진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피드의 홍수 시대에 ‘스트레스 프리’를 추구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이 될 것이다.

 

“Delete-person”에서 “Delete -taste로의, 어쩌면 인간적인 진화”

그런 말이 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소셜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올린 콘텐츠가 마뜩찮다 하더라도 그 사람과의 관계 자체를 단절할 필요는 없다. 옆집 아기가 싸놓은 황금똥 보는 게 싫다고 옆집과의 사이에 담을 쌓는 것은 지나치다.

취향을 선택하는 (때론 삭제하는) Getrather과 같은 서비스는 그래서 차라리 인간적이다. 더 이상 친구 리스트에서 그를 삭제하거나 Unfollow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해결되는 까닭이다. 섣불리 추가되고 함부로 삭제되곤 하던, 그래서 삭막하게까지 느껴지던 SNS가 인간적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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